소외되는 인간상을 그린 슬픈영화 “그녀(her)”

소외되는 인간상을 그린 슬픈 영화 ‘그녀(HER)’

오랜만에 영화리뷰를 들고오게 됐습니다.

주옥같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조용히 입소문 나는 영화가 있어서 추천을 해드릴까 하는데요.

 

인간과 소프트웨어의 사랑이란 점에서 수많은 컴퓨터 관련 ‘솔로’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보, 보고싶은데 혼자 보러 가면 오해할까봐.” 

란 이유로 꺼려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 ‘소프트웨어와 사랑’이란 이유로

오덕후의 영화라던지 웃긴 영화로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플롯면이나 배우의 연기력, 스토리 전개 등 여러모로 탄탄하고

– 심지어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은 목소리 출연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죠.

여러 가지 사유를 일으키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미 연기력이나 좋은 리뷰는 타 사이트에도 많으므로

저는 오늘 철학/사유면에서 바라본 영화 <그녀> 리뷰를 작성할까 합니다. 

* 본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작성된 리뷰입니다. * 

그녀 (2014)

Her

8.5

감독스파이크 존즈출연호아킨 피닉스스칼렛 요한슨루니 마라에이미 아담스올리비아 와일드정보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6 분 | 2014-05-22

 

  1. 물질계와 비물질계간의 간극, 사람과 소프트웨어의 사랑

간단한 시놉시스를 봤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일전에 외화 제목 번역 최악의 사례로 꼽을 만한 영화 <섹스마네킹>이었습니다. (원제: Love object) 제목 때문에 상당히 저평가됐던 이 영화는 인간의 외로움을 극단적으로 그려냈고 점점 보면서 몰입되는데 꽤 잘 만들어진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혹시 제목만 보고 ‘야한 건가?’ 하고 기대를 한다면 100% 낚일 영화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글을 본 당신도 저 제목을 보고 ‘므훗’한 생각을 했다면 낚시에 걸린 미끼!

섹스 마네킹 (2005)

Love Object

7.3

감독로버트 패리기출연데스몬드 해링턴멜리사 세이지밀러우도 키어립 톤로버트 배그넬정보코미디, 공포 | 미국 | 88 분 | 2005-07-15

글쓴이 평점  

여튼, 각설하면 처음 ‘그녀(HER)’ 소재만 봤을 땐 또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남자의 사랑, 앞서 말했듯이 영화가 개봉 후 IT 전공자들이나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도 흥미롭게 입소문 탄 영화이기도 합니다. 특히 솔로 남성들에게 이 영화가 놀림거리처럼 작용하기도 했는데요 아이폰 ‘Siri’나 소위 ‘심심이’를 가지고 놀면서 대화란 것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점점 사람들은 살아있는 것이 아닌가상의 것에 대화를 시도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영화 <그녀>는 마냥 웃음거리는 아닙니다.

이미지 출처: http://www.btchflcks.com

사람과 사람 사이 네트워크를 조금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전화기가 발명이 됐고 그 이후 인터넷, 스마트폰의 발달로 우리는 그 누구보다 쉽게 누군가에게 대화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모순적이게도 네트워크 거리를 좁히면 좁힐 수록 그 끈은 가늘어졌는데요. 특정 사람을 콕 짚어 대화를 하기보단,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소리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반응이 오면 그제서야 반응을 하는, 인간은 점점 대화를 하는데 수동적으로 변화하게 됐고 외로워서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얼굴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전화선이라는 것을 통해서 혹은 인터넷 선, 지금은 보이지 않는 망으로 우린 언젠가부터 직접 마주치고 대화하는 것보다 온라인 상으로 대화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의 대화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는 지금,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지나치게 공상적이지 않습니다가령내가 지금 정말 친한 친구와 카톡을 매일 한다고 가정한다면그런데 만약 이 친구는 일 년에 한 번이라도 볼까 말까한 친구라면이 친구의 존재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치환되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을 것입니다점점 사람은 그 대상이 누구이건 기존에 알고 있는 사람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이란 SNS의 장에 끌어들여 그것을 실물인 양 대화를 합니다.

조금은 철학적인 물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린 지금 누구와 대화를 하고 사랑을 하는 걸까요?

이미지 출처: http://www.newyorker.com

영화 <그녀>를 보면서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테오르드는 처음엔 그녀가 소프트웨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부정하게 됩니다. “내가 미쳤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랑 무슨 이야길 하는 거야….” 하면서도 점점 그녀와의 대화에 빠져들며 급기야 사랑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계속 확인을 갈구합니다. “너 나한테만 이러는 거야? 아님, 다른 사람에게도 이러는 거야?” 처음엔 그녀가 말합니다. “테오르드…. 당신은 나에게 특별해요.

사만다가 특별함이란 의미를 부여하자마자 그녀는 존재가 됐습니다. 마치 그 흔하디 흔한 김춘수의 <꽃>이란 시처럼 ‘이름을 부여하자마자 의미가 되어버린’ 것처럼. 그리고 그 부여된 의미 속에서 테오르드는 이내 곧 다짐을 합니다.

그래,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야. 당당하게 사랑을 하자.

이미지 출처: http://www.awardscircuit.com

우리는 실제로 사랑할 때 서로 사소한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대화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비물질계란 공간을 거쳐서 하는 점(인터넷망, 카톡, SNS, 전화선), 그리고 그 비물질계가 중개자가 아닌 내 대화의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시사합니다. 하지만, 그 역시 한계가 있다는 것 역시 영화는 말해주고 있죠.

  1. 손편지 – 사만다, 인공 감성의 한계

이미지 출처: http://artinsightsmagazine.com

 

테오르드는 손편지를 대행하고 있습니다. 영화 배경은 지금부터 기술이 좀 더 발달한 가까운 미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만다는 인간의 감정을 애인 대신 위로해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이 둘 간의 관계는 참 묘한데요. 둘 다 인공적인 감성을 불어넣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테오르드는 각종 세심함과 미사어구로 마치 실제 당사자들이 정성들여 쓴 손편지인 양 대행해줍니다. 그 실상을 알았다면 ‘속았다’라고도 느낄 수 있겠지만, 이제 감성마저 ‘사고 파는’ 혹은 ‘무언가가 대신해줘야 하는’ 것으로 대체된다는 점은 참 서글픈 일입니다. 

테오르드는 후에 결국 사만다는 소프트웨어 뿐이란 것에 분노를 하게 되지만, 이는 손편지 받은 사람이 알고보니 ‘대행 업체에 쓰인 것이더라’라는 것에 고객들이 느끼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인공적인 것에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타고난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수많은 케이스를 연구하고 학습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은 그 만족도가 높다 하더라도 느껴지는 배신감은 어쩔 수가 없는데요.

이미지 출처: http://www.btchflcks.com

일전에 마녀사냥을 보는데 흥미로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첫 만남부터 매너가 좋고 하는 행동 모두가 마음에 들었던 남자친구를 둔 여자의 이야기였는데요. 하지만 어느 순간 약간의 부자연스러움이 보였고 훗날, 그녀가 그 남자친구의 책장을 보았을 때 연애 관련 서적이 잔뜩 있고 심지어 자신한테 했던 행동 모두가 책에 의해 계산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섬뜩했다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이 사실들을 안 순간 제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에게도 다 똑같이 할 수 있었다는 것에서 소름이 돋아서 감정이 상하더라고요.라고 한 것입니다.

그 말이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나만을 위해’ 쓴 것 같은 손편지가, 혹은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에서의 충격. 테오르드가 마지막에 보였던 그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은 영화 끝나고서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입니다. 인위적인 감성이 아무리 인간의 그것을 흉내낸다 하더라도 결국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은 여전히 최소한 사랑하는 사람에게선 특별해지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특별함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인공은 결코, 인간의 감성을 아무리 흉내낸다 한들, 진짜를 따라올 수 없게 됩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바라봅니다. 마냥 편리할 것 같지만 감정적으로 더 많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 약간은 소름 돋지 않나요?

  1. 물질적 풍요, 정신적 빈곤 , 소외되는 사람 그리고 소내?

이미지 출처: http://www.people.com

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지금보다 기술이 조금 더 발달된 가까운 미래입니다. 휴대폰을 손에 들기보다는 웨어러블 형태로 음성인식을 조금 활용하는 미래인데요.

 “더는 휴대폰 화면을 보느라 정신 팔릴 일은 없으므로 조금 더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 구글 글래스 관련 TED 강연이 있었을 때 관련 연구자가 한 말입니다. ‘우리는 딱딱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 화면 보는 시간을 사람에게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감성의 고리를 만드려고 한다’라는 것을 강조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가 이미 겪어보았듯이 일의 효율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사람은 여유가 아닌, 더욱 바빠지게 됩니다. 그 속도에 맞추기 위해 발버둥치고 아이러니하게 사람을 대면할 일은 더욱 줄어듭니다. 정말 흔하디 흔한 말로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인간소외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여기에 덧붙여서 최근 새롭게 생각해보게 된 ‘소내’의 개념을 본 영화에 한 번 끌어오고 싶었습니다소외를 뜻하는 독일어 단어 ‘Entfremdung’을 들여다보면 ‘Out’이란 뜻을 가진 ‘ent-‘와 낯설다라는 ‘fremdung’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즉, 바깥 세상으로부터 낯설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용어인 ‘소외’의 말을 쓴다면 테오르드의 상황은 얼핏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테오르드가 외부세계의 것에 의해 낯설어진다는 것보다 자신의 내면에 의해 계속 낯설어집니다.

이미지 출처: http://screenrant.com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테오르드는 무언가가 공허해 보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새로운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 혹은 “데이트를 시켜주겠다.” 심지어 정말 ‘섹시한 고양이 같은 여자’가 달려드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계속해서 거부합니다. 그가 겪는 공허함과 외로움은 끊임없이 그의 내면에서 나옵니다. 즉, 외부세계에서의 낯설어지는 현상은 외적인 것일 뿐, 내적으로 스스로 낯설어지는 그의 ‘소내함’에 의해서 모든 문제가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테오르드는 왜 계속해서 외로웠고 공허했는지, 그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지 인간소외 혹은 소내의 개념으로 한 번쯤 사유해볼 만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여튼 이 영화, 추천드리옵니다.

아직 ‘CGV 무비꼴라쥬’에서도 계속 상영 중이니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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